질병관리청 제공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노인성 치매 환자 코호트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적 요인(SORL1, APCDD1, DRC7 등)을 대거 밝혀냈다. 더불어 여러 유전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질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누적 효과(cumulative effects) 모델’을 제시, 알츠하이머병의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새 지평을 열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구축된 한국인 노인성 치매환자 코호트(BRIDGE-LLOD)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한국인 치매 환자들의 전장 유전체 정보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지표인 베타 아밀로이드 PET 뇌영상 자료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과 인지기능 저하를 직접 연결 짓는 유전 인자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SORL1 유전자가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는 핵심 인자임을 밝혀냈다. SORL1 유전자의 기능이 저하되면 아밀로이드 축적이 늘어나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질병의 조기 예측 및 정밀의학 기반의 치료 표적 발굴에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연구진은 여러 유전 변이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위험이 누적되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이를 설명하는 ‘누적 효과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모델은 개인의 유전적 조합에 따른 발병 위험 예측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대규모 유전체연관분석(GWAS)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 중심으로 수행되어 아시아 인구의 유전적 특이 변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임상 진단만을 기준으로 해 실제 병리적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국인 코호트를 활용한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 수준의 유전체 연구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두 편이 연속으로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서상원 교수 및 공동연구진은 "임상 진단 중심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병리적 바이오마커(PET)와 유전체 정보를 결합해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기전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가 정밀한 위험 예측과 맞춤 치료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성과는 국가 주도로 구축한 코호트와 데이터 인프라의 중요성을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가 단위 코호트 장기 추적조사 연구와 유전체·임상·영상 정보를 통합한 연구를 적극 지원해 치매를 비롯한 주요 만성질환의 조기 예측 및 맞춤형 치료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