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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두려움에 의료 무너져…독립조사기구·안전망기금 만들자"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08-01 07:37:59
  • 수정 2025-08-28 10: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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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두려움에 의료 무너져…독립조사기구·안전망기금 만들자"


의료공동행동, 국회 토론회서 제안…중과실 기준 마련 요구


"재정 안정 고려해야"…일각선 "성형외과 등서 연대세 거두자" 제안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사진]


의료진의 필수 의료 기피 현상을 완화하고 의료 사고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독립조사기구와 안전망 기금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의대 교수와 환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더 나온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하 의료공동행동)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강희경 의료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우리나라의 의료가 의료진의 민·형사 소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소송 중심의 대응은 실수의 은폐를 조장해 재발을 막을 기회, 환자의 안전을 강화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 전문가가 의료 사고의 사실관계, 근본 원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공적 조사 기구(가칭 '환자안전조사기구')를 설치하고 의료진의 솔직한 보고와 성찰, 처벌보다는 학습과 개선에 중점을 두는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대부분의 의료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보다는 실수를 조장하거나 예방하지 못하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데 소송 중심의 현행 대응 체계로는 의료 사고를 줄일 수 없고, 의료진 이탈을 야기한다는 게 의료공동행동의 시각이다.


강 대표는 또 "건강보험료를 바탕으로 한 의료사고 안전망 기금을 조성해 책임 소재와 무관하게 우선 신속하고 충분하게 보상하자"면서 "의료기관의 귀책 사유가 발견되면 추후 기금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의료 사고로 형사 입건되는 사례가 한 해 700여건에 이른다면서 형사 처벌이 필요한 중과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강 대표는 "주요 선진국은 '중대한 부주의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보통 사람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만큼 심한 경우'를 형사 처벌의 기준으로 한다"며 "의료 업무 관련 피해는 결과가 아닌 행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공동행동은 "지난 정부안은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를 중심으로 했으나 공동행동은 무조건적인 면책 특례에 반대한다"면서 "경찰보다 더 제대로 의료사고의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는 공적 조사기구가 조사하고 필요하면 경고, 재교육 등으로 의료인의 책무를 다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토론회에서는 중상해, 사망 등의 경우 민사 손해배상 소송 청구 액수가 큰 점을 고려할 때 안전망 기금으로 비슷한 수준의 배상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두섭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독립 기구가 강제 조사를 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권 변호사는 또 의료사고 형사사건 판결이 연 34건 수준이고 정형외과·성형외과 비중이 커서 필수의료 분야로 한정하면 더 적다며 "중과실만 처벌하는 것을 환자단체나 일반 국민이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전망 기금과 관련해서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 초과 이득이 발생하는 분야에서 '연대세'를 내도록 하고 이를 의무적인 공적 보험, 필수 의료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 과실로 인한 민사 책임 해결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문술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장은 "안전망 기금 규모를 설정할 때 제도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재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모두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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