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9월 2일 발표하며, 의료 현장의 인력난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알렸다. 이번 하반기 모집에서 인턴 및 레지던트 총 7,984명이 선발되어, 전체 전공의 규모가 예년 대비 76.2%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지난 6월 기준 전공의 규모가 예년의 18.7%에 불과했던 상황과 비교했을 때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번 모집 절차는 지난 8월 11일부터 말일까지 병원별 자율 모집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직 전공의의 수련 복귀를 유도하고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병원들의 유연한 대응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과목 간 불균형은 여전해 의료 시스템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모집 결과는 지역 간 의료 인력의 불균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수도권 수련병원의 선발률은 63.0%로, 비수도권 수련병원(53.5%)에 비해 9.5%p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8,025명 모집에 5,058명이, 비수도권은 5,473명 모집에 2,926명이 선발되었다. 이는 비수도권 의료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하며, 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연차별로 보면, 레지던트 선발률(61.2%)이 인턴(52.0%)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 인턴 선발률은 45.8%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젊은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이러한 인턴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향후 레지던트 및 전문의 과정에서도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모집 결과를 통해 필수 의료 분야의 인력난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 사업' 대상인 8개 전문과목(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의 전공의 규모 회복률은 70.1%로, 그 외 과목(88.4%)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는 필수 의료 분야의 기피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세부 과목별로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소아청소년과는 770명 모집에 단 103명(13.4%)이 선발되는 데 그쳤다. 특히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는 289명 모집에 23명만 선발되어 8.0%라는 충격적인 선발률을 기록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21.9%), 병리과(17.9%), 핵의학과(9.5%) 역시 매우 저조한 선발률을 보였다.
반면, 인기 과목은 압도적인 선발률을 자랑했다. 정신건강의학과(93.5%), 안과(91.9%), 영상의학과(91.5%), 성형외과(89.4%) 등은 높은 선발률을 기록하며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쏠림 현상'이 여전하며,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번 모집 결과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당수 사직 전공의가 수련 현장에 복귀함에 따라 의료체계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필요성도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관련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병원별 자율 모집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 지난 8월 7일 개최된 수련협의체 회의에서 기존 복귀 전공의에 적용된 조치 수준에서 모집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결과가 의료 시스템의 완전한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예년 수준의 4분의 1에 가까운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았으며, 필수 의료와 비수도권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고, 안정적인 수련 환경을 제공하며, 장기적으로 지역과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구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