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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건강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오랜 믿음이 과학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됐다.
최근 JAMA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7세 아동기의 혈압이 성인이 되어 겪게 될 조기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아동기의 혈압 상승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심장 건강에 대한 평생의 위험을 예고하는 중요한 경고 신호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고혈압이 꼽혀왔지만, 아동기의 혈압 상승이 성인기 사망률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아동기 고혈압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었다. 이 연구는 바로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기획됐으며, 1959년부터 1965년 사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방대한 아동 코호트 집단을 수십 년간 추적 관찰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파인버그 의과대학의 알렉사 A. 프리드먼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1959년에서 1965년 사이에 태어난 37,081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미국 협력 주산기 프로젝트(CPP)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프로젝트는 12개 연구소에서 수집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연구의 핵심은 참여자들의 7세 시점 혈압 데이터였다.
당시 소아과 의사나 간호사가 수동 혈압계를 이용해 한 번 측정한 혈압 수치를 바탕으로, 아동의 나이, 성별, 신장에 따라 혈압 백분위수를 산출했다.
이 백분위수를 기준으로 혈압을 세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정상(<90th 백분위수), 주의(90th-94th 백분위수), 그리고 고혈압(≥95th 백분위수).</p>
이후 연구팀은 참여자들의 2016년까지의 생사 여부와 사망 원인을 국립 사망 지수(National Death Index)와 연계해 확인했다. 54세까지 이어진 중앙값 추적 관찰 기간 동안, 487명이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으며 2,242명이 비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동기 혈압이 중년기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분석 대상 아동의 약 21%가 이미 7세 때 고혈압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아동기 고혈압의 유병률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놀라운 수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성별에 따른 위험도 차이다. 남아의 경우 수축기 혈압과 조기 심혈관 질환 사망률의 연관성이 훨씬 강하게 나타나, 혈압이 표준편차만큼 높을 경우 사망 위험이 31% 증가했다(aHR, 1.31). 반면 여아에게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aHR, 0.97).
혈압을 범주별로 나눠 분석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7세 때 주의(Elevated) 혈압을 보였던 아동은 정상 혈압 아동에 비해 조기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48% 더 높았다(aHR, 1.48). 고혈압으로 분류된 아동은 위험이 40% 높았다(aHR, 1.40). 이 같은 연관성은 심혈관 질환 사망에만 국한되었으며, 비심혈관 질환 사망에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연구는 아동기의 혈압이 중년기 심혈관 질환 사망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방대한 코호트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형제자매 간의 고정 효과 회귀 분석을 통해 가족력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교란 변수를 통제한 결과, 동일한 수준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이는 아동기 혈압 상승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더해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프리드먼 박사는 "이 연구는 7세 때부터 혈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평생의 심장 건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며 "어린 시절의 심혈관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춘 공중 보건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7세 때 혈압을 단 한 번만 측정했기 때문에 혈압 변동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사망 사건만으로 결과를 분석했다는 점, 그리고 연구 참여자 대부분이 흑인 또는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인종 및 민족 집단에 대한 일반화가 제한적이라는 점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아동기 혈압 관리가 미래 세대의 건강과 수명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아동 건강 검진 프로그램에 혈압 측정을 포함시키고, 어린 나이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출처: JAMA Network, Alexa A. Freedman, PhD et al., 'High Blood Pressure in Childhood and Premature Cardiovascular Disease Mortality',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838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