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년 동안 국내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알테오젠입니다. 이 기업의 주가는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혁신적인 기술력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이 모든 중심에는 알테오젠이 자체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Hyaluronidase) 플랫폼 기술, 'Hybrozyme®'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Hybrozyme® 기술은 기존의 바이오 의약품이 가지고 있던 투약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부분의 항체 의약품은 분자량이 커서 한 번에 많은 양을 투여해야 하므로, 환자가 병원에서 30분에서 1시간 이상 정맥주사(IV)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죠. 알테오젠의 Hybrozyme® 기술은 이러한 정맥주사 제형의 약물을 마치 인슐린 주사처럼 환자 스스로 집에서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어줍니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병원과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알테오젠의 기술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글로벌 제약사 MSD(Merck & Co.)와의 파트너십이 구체화되면서부터입니다. 2020년, 알테오젠은 MSD의 핵심 항암제인 키트루다(Keytruda)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Hybrozyme® 기술을 적용하는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3년 2월, 이 계약은 독점 계약으로 전환되며 알테오젠의 기술력이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었습니다. 키트루다는 전 세계 항암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약물입니다.
MSD는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피하주사 제형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의 등장으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알테오젠의 기술을 활용한 키트루다 SC가 성공적으로 상용화된다면, MSD는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알테오젠의 기술은 MSD의 미래 전략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확신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KGaA)가 알테오젠의 경쟁사인 하푼 테라퓨틱스(Harpoon Therapeutics)를 인수한 사건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시장은 이를 '키트루다 SC 개발에 대한 MSD의 확고한 의지'로 해석했으며, 알테오젠의 기술이 경쟁사 대비 우수하거나 파트너십이 매우 강력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알테오젠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알테오젠의 가치는 키트루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Hybrozyme® 기술은 특정 약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항체 의약품에 활용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플랫폼입니다. 알테오젠은 이미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비독점적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수출 계약의 핵심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향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입니다. 특히, 연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키트루다와 같은 초대형 약물이 상업화되면 알테오젠은 안정적이고 막대한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얻게 됩니다. 이는 알테오젠의 재무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R&D 투자 여력을 확대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Hybrozyme® 외에도 알테오젠은 다양한 기술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ALT-L2'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ALT-L9'(아이럭스비)는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단계이고, 9월 17일(오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또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ADC(항체-약물 결합체)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아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그리고 신약 개발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알테오젠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키트루다 SC의 상업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알테오젠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며 진정한 기술 기반 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논의 중인 추가 기술 수출 계약들이 성사된다면 여러 파이프라인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수익을 통해 기업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릅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임상 결과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키트루다 SC의 임상 3상은 성공을 낙관하고 있지만, 임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임상에 실패하거나 상업화가 지연될 경우, 시장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쟁 심화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 알테오젠의 Hybrozyme® 기술이 독보적이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유사 기술을 개발하거나 경쟁사를 인수하는 등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만약 경쟁사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거나, 로열티 부담이 적은 대안을 찾는다면 알테오젠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알테오젠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거품이 아닌, 혁신적인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높은 평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키트루다 SC의 성공적인 상업화와 추가적인 기술 수출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알테오젠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함께 임상 및 사업 진행 상황을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