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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가속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골다공증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질병으로 자리 잡았다. ‘침묵의 병’이라 불리는 이 질환은 별다른 증상 없이 뼈를 서서히 약화시키다가, 미미한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유발한다. 뼈의 강도가 약해져 골절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골다공증은 특히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경우 높은 사망률이나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여 더욱 위험하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9.2%에 달하며, 대한골대사학회는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 남성 5명 중 1명이 골다공증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 폐경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의 4배 이상으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렇듯 골다공증은 개인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동시에, 골절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우리 몸의 뼈는 단순히 지지 구조물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과 분해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재건하는 살아있는 조직이다. 이 과정은 조골세포(osteoblast)가 새로운 뼈를 만들고 파골세포(osteoclast)가 낡은 뼈를 분해하는 복잡한 균형 속에서 이루어진다. 건강한 젊은 시기에는 조골세포의 활동이 파골세포보다 활발하여 골밀도가 높아지지만,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이 균형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다. 특히 노화가 진행될수록 파골세포의 분해 속도가 조골세포의 생성 속도를 앞질러 골밀도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자연적인 노화 과정 외에도 여러 위험 요인들이 골다공증을 가속화한다. 남성에 비해 뼈의 크기가 작고 골밀도가 낮은 여성은 폐경 이후 뼈 건강의 '수호자'인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유전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부모가 골다공증을 앓았거나 고관절 골절을 경험했다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뼈의 주요 구성 성분인 칼슘과 그 흡수를 돕는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D가 부족한 영양 상태도 뼈를 약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또한 과도한 음주, 흡연, 카페인 섭취와 같은 생활 습관도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담배의 니코틴은 조골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며 소변을 통한 배출을 증가시킨다. 류마티스 관절염,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특정 질병이나 스테로이드, 항경련제 등의 특정 약물 역시 골밀도를 낮추는 이차성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골다공증은 일단 발병하면 회복이 어렵기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건강한 뼈를 위한 올바른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첫째, 뼈 건강에 필수적인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과 멸치, 뱅어포, 두부, 브로콜리, 케일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라. 더불어 연어, 고등어 등 지방이 많은 생선과 버섯, 달걀 노른자에 풍부하며 햇볕을 통해 합성되는 비타민 D를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하루 20분가량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 D 합성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 또한 필수적이다. 뼈는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더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다. 걷기, 조깅, 줄넘기 등 뼈에 체중을 싣는 체중 부하 운동은 뼈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골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동시에 아령 들기, 스쿼트 등 근력 운동을 통해 뼈를 지지하는 근육을 강화하면 균형 감각을 개선하여 낙상과 골절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금연과 절주,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골다공증 환자에게 치명적인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집안 환경을 안전하게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하며,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등의 작은 변화가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골다공증 진단을 위해서는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 검사를 통해 척추와 고관절의 골밀도를 측정한다. 이 검사를 통해 산출되는 T-score는 젊은 성인의 평균 골밀도와 비교하여 뼈의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가 된다. T-score가 -2.5 이하일 경우 골다공증으로 진단하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골다공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약물 치료는 뼈의 파괴를 억제하거나 뼈 형성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약물을 사용하여 골밀도를 높인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약물은 뼈의 파괴를 담당하는 파골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골흡수 억제제다. 대표적인 약제로는 알렌드로네이트(포사맥스), 리세드로네이트(악토넬)와 같은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이 있으며, 최근에는 6개월에 한 번 주사하는 데노수맙(프롤리아)도 널리 사용된다.
한편, 골절 위험이 매우 높거나 골밀도가 심하게 낮은 환자의 경우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활성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골형성 촉진제를 사용한다. 테리파라타이드(포스테오)가 대표적이며, 1일 1회 자가 주사 방식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골형성 촉진과 골흡수 억제 효과를 동시에 가진 로모소주맙(이베니티)과 같은 신약이 개발되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약물 치료와 함께 물리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는 재활 치료 및 보조기 사용 등의 비약물 치료 또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다공증은 초기에 자각하기 어려운 질환이나,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골절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현저히 높일 수 있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은 자신의 뼈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는 한번 약해지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침묵의 병’에 맞서기 위해 지금부터 뼈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