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ForDoc Health] 시야의 퇴행: 노안, 거스를 수 없는 노화의 그림자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10-30 07:57:21
기사수정

Gemini 생성이미지

노안(老眼), 이는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되 가까운 글씨가 흐릿해져 독서와 정교한 작업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눈의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흔히 돋보기를 쓰는 중년의 모습으로 상징되는 이 증상은 단순히 나이 듦의 징표를 넘어 현대인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보편적인 안과 질환으로 인식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그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의 증가는 노안의 발생 시기를 앞당기는 '젊은 노안' 현상까지 부추기고 있다.

 

노안의 핵심적인 원인은 우리 눈 속의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crystalline lens)의 탄력성 감소와 이를 조절하는 모양체근(ciliary muscle)의 기능 저하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수정체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여 가까운 곳과 먼 곳에 초점을 맞추는 조절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수정체 내부에 새로운 섬유가 지속적으로 생성되어 밀도가 높아지고, 수정체 자체는 점점 더 단단해져 탄력을 잃게 된다. 마치 굳어버린 젤리처럼 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정체가 충분히 두꺼워지지 못해 근거리의 빛을 망막에 정확히 초점을 맺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수정체를 둘러싼 모양체근은 초점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근육 자체의 근력이 약화되거나 작용에 변화가 오면서 수정체의 두께 변화를 유발하는 능력이 감소한다. 이러한 생리적 변화의 결과, 일반적으로 40대 초·중반부터 근거리 작업 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30대 후반, 심지어 20대 후반에도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노안'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초기에는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렵거나, 책이나 스마트폰을 팔을 쭉 뻗어야만 겨우 볼 수 있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노안은 노화의 한 부분이기에 완벽한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그 진행 속도를 늦추고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장시간의 근거리 작업은 피하고, 50분 작업 후 10분 정도는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쉬는 '20-20-20 규칙' (20분마다, 20피트(약 6m) 거리를, 20초간 바라보기)을 준수해야 한다. 독서나 작업 시에는 충분히 밝은 조명을 사용해야 눈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의식적으로 자주 눈을 깜빡여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고, 외출 시 선글라스나 모자를 착용하여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은 수정체의 노화를 촉진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흡연은 백내장과 황반변성 등 주요 안질환의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 관리 역시 눈 건강에 직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눈 건강에 필수적인 특정 영양소의 충분한 섭취는 노안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을 보호하는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유해한 청색광을 흡수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역할을 한다.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 짙은 녹색 잎채소에 풍부하다. 또한, 망막 세포의 구조적 성분이며 안구건조증 개선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DHA/EPA)은 연어, 고등어, 참치 등 등푸른 생선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시력 유지에 필수적이며 야간 시력과 각막 보호에 중요한 베타카로틴 및 비타민 A는 당근, 호박, 고구마 등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은 눈의 피로 해소와 시력 보호에 효과적이며,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베리류에 많다.

 

노안의 치료는 시력 교정, 약물 치료, 수술적 방법으로 나뉜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돋보기, 이중초점/다초점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근거리부터 원거리까지 자연스러운 시야를 제공하는 누진 다초점 렌즈가 널리 사용되며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노안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은 노안 치료용 점안액이다. 이 점안액은 주로 동공의 크기를 줄이는 축동제(Miotics)를 기반으로 한다. 동공을 작게 만들어 초점 심도가 깊어지는 '핀홀 효과(pinhole effect)'를 유발함으로써 수정체의 조절력 없이도 가까운 곳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원리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애브비(AbbVie, 구 엘러간)의 부이티(Vuity)다. 필로카르핀을 주성분으로 하는 부이티는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노안 치료용 점안액이다. 부이티는 초기 임상에서 6시간의 효능 지속 시간을 보였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최대 9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고 인정받았으나, 두통이나 시야 흐림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반해 렌즈 테라퓨틱스(LENZ Therapeutics)가 2025년 7월 31일에 FDA 승인을 받은 VIZZ (성분: 아세클리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VIZZ는 기존 필로카르핀 계열보다 모양체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동공 축소를 유도하여 원거리 시력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광동제약, 옵투스제약 등 여러 제약사가 해외 제약사와의 기술 도입 및 판권 계약을 통해 이 신개념 노안 치료제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노안 환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약물이나 안경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영구적인 교정을 원하는 경우 수술적 방법이 고려된다. 각막에 미세한 칩을 삽입하여 핀홀 효과를 유도하거나 각막의 굴절력을 변화시키는 노안 교정술이 있다. 또한, 백내장 수술과 유사하게 노화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근거리와 원거리를 모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노안과 백내장이 동시에 있는 환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안은 눈의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지고 평균 수명이 증가하는 현대 사회에서 노안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직업 활동과 여가 활동에 제약을 주는 심각한 삶의 질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교정 또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의 시야를 결정할 것이다. 노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력 관리의 시작인 셈이다.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