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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doc Drug] 미래 의약 혁명, 디지털 치료제(DTx)가 몰고 올 제약 산업의 대변화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11-18 09: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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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ini 생성 이미지

최근 제약 바이오 업계의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다. 더 이상 알약이나 주사제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DTx는 기존의 화학적/생물학적 의약품과 달리, 모바일 앱,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 방식이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잠재력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DTx는 특히 행동 기반 질환과 만성 질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소프트웨어가 인지행동치료(CBT)나 생활 습관 교정 등의 비약물적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 불안 장애, 우울증,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당뇨병 관리 등 기존 약물 치료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분야에서 DTx는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글로벌 DTx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며, 2030년에는 173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은 단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선제적인 승인과 시장의 수용도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이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DTx 개발사들과 활발한 협력을 진행 중인데, 이는 DTx가 기존 신약 대비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과 낮은 부작용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DTx 시장의 태동과 성장을 이끈 주요 기업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디지털 치료제의 역사에서 Pear Therapeutics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2017년 FDA로부터 최초의 DTx인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치료제 'reSET'의 승인을 받아 DTx 시대를 열었다. 'reSET'은 인지행동치료(CBT) 기반의 모바일 앱으로, 표준 외래 치료와 병행하여 약물 남용을 줄이고 치료 지속률을 높이는 데 유효성을 보였다. 또한, 아편류 사용 장애(Opioid Use Disorder, OUD)를 위한 'reSET-O'까지 승인받으며 중독 치료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reSET'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앱이 아니라, 환자에게 대화형 치료 모듈을 제공하고 금단 현상 및 약물 사용 이력 등을 추적하여 환자 본인과 담당 의료진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처방용 의료 기기라는 점에서 혁신적이었다. 비록 회사는 상업화 과정의 어려움으로 2023년 파산 신청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들의 제품은 다른 기업(PursueCare)에 인수되어 다시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DTx의 개념을 정립하고 FDA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kili Interactive는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을 통해 DTx의 접근성을 혁신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아동 치료제 'EndeavorRx'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비디오 게임 형태로 개발되었다.

 

이 게임은 환자의 인지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SSME(Selective Stimulus Management Engine)라는 독점 기술을 활용한다. 게임 플레이 중 제시되는 시각 및 운동 자극을 통해 뇌의 특정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여 주의력 기능을 개선하는 원리다. 

'EndeavorRx'는 5개 이상의 임상 연구를 통해 8~12세 ADHD 아동의 주의력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받았으며, 2020년 FDA로부터 처방용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되었다. 이는 약물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처방용 비디오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영국 기반의 Big Health는 불면증 치료제 'Sleepio'와 불안증 치료제 'Daylight'를 통해 정신 건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Sleepio'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기반으로 하며, 사용자에게 수면 습관 및 사고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제품은 임상적으로 유효성을 입증받아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에서도 활용될 정도로 공신력을 얻었다. 이처럼 DTx는 불면증과 불안증처럼 현대인에게 흔하지만 기존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낮았던 정신 건강 분야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DTx의 미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개인 맞춤화가 가능하며, 환자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약물 치료와 비교할 수 없는 DTx만의 핵심 경쟁력이다.

 

향후 제약 산업은 기존 의약품과 DTx를 병용하는 디지털 융합 의약품('Drug + DTx' 모델) 개발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약물의 효과를 DTx가 보조하거나,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성 질환 환자에게 약물 처방과 함께 식단,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을 돕는 DTx를 함께 제공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에임메드(솜즈, 불면증), 웰트(웰트아이, 불면증), 라이프시맨틱스(레드필 숨튼, 호흡기 재활) 등 다양한 기업이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고 식약처 승인을 받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의 선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의료 환경에 맞는 DTx 상업화 및 수가 확보라는 다음 단계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약'이 아니라, 질병 관리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도구다. 제약 업계는 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치료제를 통해 기존 의약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에게 개인화되고 경제적인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며 헬스케어의 미래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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