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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Drug]‘한 알의 기적' 복합제, 만성질환 치료의 새 지평을 열다: 개발 경쟁과 미래 전망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12-02 09: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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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진입과 식습관 서구화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질환의 효과적인 관리가 중요한 보건 과제로 대두되면서,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다제병용 환자(Polypharmacy)의 복잡한 약물 복용 스케줄과 낮은 복약 순응도가 치료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배경 속, 두 가지 이상의 유효 성분을 하나의 알약에 담은 '복합제(Fixed-Dose Combination, FDC)'가 만성질환 치료 패러다임의 혁신을 이끌며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복합제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며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 알의 기적'을 현실화하는 중이다.

 

복합제 개발의 핵심 목적은 만성질환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다. 여러 알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복잡한 스케줄은 종종 약물 복용 누락이나 임의 중단으로 이어지지만, 복합제는 약물의 개수를 줄여 꾸준한 복용을 돕는다. 실제 임상 연구 결과, 단일제 병용 대비 복합제 투여 시 복약 순응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복합제는 단순히 물리적인 결합을 넘어 치료적 시너지를 창출한다. 약리학적으로 상가적 또는 시너지 효과가 입증된 성분들을 결합하여 단일 성분으로 치료 효과가 불충분했던 환자들에게 더 강력하고 안정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복합제 시장을 선도하는 한미약품의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은 로사르탄(ARB)과 암로디핀(CCB)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고혈압 복합 개량신약으로, 누적 처방액 1조 원을 돌파하며 복합제 시장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 지질 강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스타틴 고용량 투여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낮췄다. 당뇨병 치료제에서는 LG화학의 '제미메트'와 같이 DPP-4 억제제와 메트포르민 성분을 결합한 복합제 역시 단일제를 압도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인다.

 

최근 복합제 개발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째, 기존 2제 복합제를 넘어 3가지, 4가지 성분을 한 알에 담는 다제 복합제 개발이 활발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동반 환자를 겨냥해 한미약품이 4가지 성분(로사르탄, 암로디핀,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을 결합한 '아모잘탄엑스큐'를 출시하며 4제 복합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도 ARB, CCB, 스타틴 조합의 3제 복합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둘째, 복합제 개발 영역이 만성질환을 넘어 비뇨기 질환이나 치매 등 새로운 치료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보령 등의 제약사가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탐스로신)와 발기부전 치료제(타다라필)를 결합한 '구구탐스'와 같은 비뇨기계 복합제를 선보이며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현대약품 등을 중심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 복합제 '디엠듀오정'(도네페질+메만틴)이 허가되는 등 신경계 질환에서도 혁신적인 시도가 이어진다.

 

셋째, 약물의 부작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저용량 복합제 개발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약물 성분별 용량을 낮추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통해 동등 이상의 유효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초기 치료 환자나 부작용에 민감한 환자군에게 적합한 한미약품의 '아모잘탄플러스엘정' 등이 이러한 저용량 조합의 사례로 주목받는다.

 

복합제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용량 조절의 어려움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구성 성분의 용량이 고정되어 있어 환자의 반응에 따라 특정 성분만 미세하게 용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특정 성분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용량 증량이 필요할 경우, 복합제 대신 다시 단일제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복합제는 각 성분의 유효성 외에도 두 성분이 결합했을 때의 약물 상호작용 및 복합제 자체의 독성 자료 등 엄격한 규제 및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복합제 안전 사용을 위해 제품명에 주성분 병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식약처가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개발 시 임상 3상 면제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개발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복합제는 만성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며 복약 순응도 향상과 치료 효과 증대라는 임상적 가치를 입증해왔다. 특히 다제병용 환자가 증가하는 환경에서 복합제는 최적의 대안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복합제 개발 경쟁은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복합제가 모든 환자에게 유일한 정답일 수 없으므로, 개별 환자의 특성과 질환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방하는 의료진의 신중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복합제는 '환자 중심' 치료 환경 구축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규제 합리화를 통해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메가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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