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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Issue] 2026 제약·바이오, ‘거대 자본’과 ‘초격차 기술’의 전쟁이 시작된다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5-12-29 07:08:16
  • 수정 2026-01-08 08: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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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약·ADC·AI가 주도하는 ‘3축 체제’ 확립… IRA 시행 원년, 약가 인하 압박 속 ‘생존 방정식’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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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은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고, 거대 자본과 기술적 성숙도가 결합된 새로운 ‘슈퍼 사이클’의 초입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헬스케어 분석 기관과 투자은행(IB)들의 2026년 전망 보고서를 종합하면, 전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 8,000억 달러(약 2,400조 원)에 육박하며 연평균 6.5% 이상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장률 이면에는 냉혹한 승자 독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2026년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가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첫해이자, 중국 바이오 기업을 배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반사이익이 공급망 재편으로 구체화되는 시기다. 본지는 2026년 제약 산업을 관통할 핵심 트렌드와 시장의 지형도를 심층 분석한다.

 

2026년 제약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는 단연 대사 질환 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로 촉발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열풍은 2026년을 기점으로 단순한 다이어트 약물을 넘어 ‘필수 의료’의 영역을 완전히 장악할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들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6년 비만 및 당뇨 치료제 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적응증(Indication)의 무한 확장이다. 2025년까지가 체중 감량 효과 입증에 주력했던 시기라면, 2026년은 심혈관 질환 예방, 수면 무호흡증 개선, 만성 신장 질환(CKD), 그리고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의 라벨 확장이 본격화되는 해다. 이는 곧 보험 급여 등재의 명분이 강화됨을 의미하며, 높은 약가 장벽을 낮추어 시장 침투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또한, 2026년은 ‘경구용(먹는) 비만약’의 임상 데이터가 쏟아지는 해이기도 하다. 주사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경구용 제제의 등장은 비만 치료제의 대중화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화이자, 로슈, 암젠 등 후발 주자들은 근손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투약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며 치열한 점유율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비만, 당뇨 치료 시장의 미래[Gemini 생성 이미지]

항암제 시장에서는 지난 10년간 시장을 지배해 온 면역관문억제제(키트루다 등)의 독주 체제에 변화가 감지된다. 그 중심에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있다. 엔허투(Enhrtu)의 드라마틱한 성공 이후, 2026년은 다양한 고형암을 타겟으로 하는 차세대 ADC 신약들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거나 임상 3상 결과를 내놓는 ‘수확의 계절’이 될 것이다.

 

특히 HER2 타겟을 넘어 TROP2, Nectin-4 등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겨냥한 ADC들이 쏟아져 나오며, 기존 화학항암제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ADC 시장은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하여 약 200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빅파마들은 자체 개발보다는 기술력을 검증받은 바이오텍을 인수하거나 대규모 라이선스 인(License-in)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기반의 항암제도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영역으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은 2026년 글로벌 기술 수출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이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로 자리 잡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다.

 

오랜 기간 ‘무덤’으로 불렸던 중추신경계(CNS) 질환, 특히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6년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한다.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와 일라이 릴리의 ‘키순라’가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하며 처방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기다. 2026년 알츠하이머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진단’과 ‘제형 변경’이다.

 

기존의 고가 PET-CT 검사 대신 혈액 한 방울로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여부를 판별하는 혈액 진단 키트(Blood-based Biomarker)가 상용화되면서 환자 선별 과정의 병목 현상이 해소될 전망이다. 이는 잠재 환자군을 치료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정맥 주사(IV)에서 자가 투여가 가능한 피하 주사(SC) 제형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환자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이는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과 맞물려 CNS 시장을 제약 산업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시킬 것이다.

 

2026년은 미국 IRA 법안에 따라 메디케어(Medicare)가 선정한 10개 의약품에 대한 협상 가격이 실제 적용되는 첫해다. 이는 제약사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R&D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을 강요한다. 약가 인하 면제 기간이 짧은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보다는 생물학적 제제(Biologics)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며, 약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Patent Cliff)가 2026년에 정점을 향해 간다. 머크의 키트루다, BMS의 엘리퀴스 등 연매출 1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약물들이 바이오시밀러의 공습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빅파마들이 현금을 보유하기보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중소 바이오텍에게는 2026년이 몸값을 높여 매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2026년 제약 산업 지형도를 결정짓는 상수(常數)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제정 이후 중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CDMO 기업들의 경쟁이 극에 달할 것이다. 2026년은 이러한 ‘탈중국’ 물량이 실질적인 수주 계약으로 이어져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다.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의 가동률을 극대화하고 6공장 착공을 구체화하며 압도적인 1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의 론자(Lonza), 일본의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역시 공격적인 증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항체의약품뿐만 아니라 ADC,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모달리티(Modality) 생산 역량을 확보한 기업만이 이 거대한 머니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의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며, 이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게도 낙수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2024~2025년이 생성형 AI의 가능성에 환호했던 시기라면, 2026년은 AI가 발견하고 설계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2상, 3상에서 실제 데이터를 증명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다. 엔비디아(NVIDIA) 등 빅테크 기업들과 제약사 간의 협업 결과물들이 가시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2026년의 AI 신약 개발 트렌드는 ‘구조 예측’에서 ‘생성(Generation)’과 ‘임상 시뮬레이션’으로 진화한다. 단순히 후보물질을 빨리 찾는 것을 넘어, 가상 환자 모델(Digital Twin)을 활용해 임상 실패 확률을 줄이고, 최적의 환자군을 선별하는 데 AI가 적극 활용될 것이다. AI가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성공률을 높인다는 가설이 2026년에 입증된다면, 제약 산업의 R&D 패러다임은 영구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AI 바이오텍들은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한 ‘카스게비(Casgevy)’ 등의 등장은 난치성 유전 질환 정복의 가능성을 열었으나, 2026년에는 이들 초고가 약물의 ‘경제성’과 ‘접근성’ 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약가는 각국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과 기반 지불 제도(Outcome-based Pricing)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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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가 유래(Autologous) 치료제의 복잡한 생산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건강한 타인의 세포를 사용하는 동종 유래(Allogeneic)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다. 2026년은 이러한 ‘오프 더 쉘프(Off-the-shelf, 기성품)’ 방식의 세포 치료제가 임상적 효능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6년 제약·바이오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의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비만 치료제와 ADC가 시장의 양적 성장을 이끌고, AI와 디지털 기술이 R&D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질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동시에 IRA와 생물보안법이라는 정치·경제적 파고는 기업들에게 기민한 전략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게 2026년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기회를 포착한 CDMO, 차별화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바이오텍, 그리고 글로벌 신약의 상업적 성공을 목전에 둔 제약사들에게 2026년은 위기가 아닌 기회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는 자만이 ‘100세 시대’의 헬스케어 패권을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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