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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oc Health] 겨울철 야외활동의 은밀한 살인자, 저체온증과 한랭질환의 생리학적 메커니즘
  • 김도균 기자
  • 등록 2026-01-21 0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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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설경 뒤에 숨겨진 신체의 사투, 체온 1℃의 변화가 생사를 가른다

저체온증[Gemini 생성 이미지]

겨울의 낭만은 차가운 공기 속에 존재한다. 수정처럼 빛나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등산객, 얼음판 위를 가르는 스케이트, 그리고 혹한의 추위 속에서 즐기는 겨울 캠핑까지,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열대 기원 종에 가깝다. 털이 없는 피부와 36.5℃라는 높은 항온성을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인간에게 겨울은 그 자체로 거대한 생존의 위협이자 극복해야 할 자연의 벽이다.

 

많은 이들이 ‘추위’를 단순히 견뎌야 할 감각적 고통이나 불편함 정도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우리가 ‘춥다’고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우리 몸 안에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치열하고도 정교한 생리학적 전쟁이 시작된다. 이 기사에서는 겨울철 야외활동 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와, 그 생리학적 한계를 넘었을 때 찾아오는 저체온증 및 한랭질환의 위험성을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다.

 

인체의 체온 조절 중추는 뇌의 깊숙한 곳,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위치한다. 외부 기온이 낮아져 피부 표면의 냉각수용체가 신호를 보내거나 혈액 온도가 미세하게라도 떨어지면, 시상하부는 즉각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열 보존’ 모드로 전환한다.

 

가장 먼저 일어나는 변화는 ‘말초 혈관 수축’이다. 심장, 뇌, 폐, 신장과 같은 필수 생명 유지 장기의 온도를 사수하기 위해, 우리 몸은 손과 발, 피부 표면으로 가는 혈류를 과감하게 차단한다. 겨울철에 손발이 유독 차갑고 하얗게 질리는 이유는 단순한 혈액 순환 장애가 아니라, 중심 체온을 유지하려는 인체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이 과정에서 말초 저항이 증가하여 혈압은 급격히 상승하고, 혈액을 뿜어내야 하는 심장의 부담은 가중된다. 겨울철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사망자가 급증하는 생리학적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 방어 기전은 ‘떨림(Shivering)’이다. 골격근을 의지와 상관없이 미세하고 빠르게 수축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이다. 이는 인체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체 발열 수단으로, 평소 기초 대사량보다 최대 5배까지 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근육 내 저장된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우리 몸은 더 이상 떨림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이때부터 체온은 브레이크 없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게 된다.

 

의학적으로 저체온증은 심부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추운 상태’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병적 상태다. 저체온증은 진행 단계에 따라 명확한 징후를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뇌 기능 저하로 인해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판단력 상실’이 동반되기에 더욱 치명적이다.

 

경증 단계 (32~35℃): 몸이 격렬하게 떨린다. 이는 체온을 올리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다. 피부에는 닭살이 돋고(입모근 수축), 입술이 파래지며(청색증)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한다. 이 단계까지는 의식이 명료하고 자가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 조절 능력이 떨어져 신발 끈을 묶거나 배낭의 지퍼를 올리는 등의 섬세한 동작이 불가능해진다. 산행 중 젓가락질이 갑자기 힘들어졌다면 즉시 보온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신호다.

 

중등도 단계 (28~32℃): 가장 위험하고도 결정적인 신호는 ‘떨림이 멈추는 것’이다. 에너지원이 고갈되어 더 이상 열을 낼 수 없게 되면 격렬했던 떨림은 사라지고 근육은 강직되기 시작한다. 의식은 혼미해지고 심장 박동은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발생한다. 판단력이 극도로 저하되어 헛소리를 하거나 환각을 보기도 한다.

 

중증 단계 (28℃ 이하): 혼수 상태에 빠진다. 동공 반응이 사라지고 호흡과 맥박이 너무 느리고 미약하여,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사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심장에서는 심실세동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여 언제든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초응급 상황이다.

 

특이한 점은 중등도 이상의 저체온증 환자 일부가 ‘역설적 탈의(Paradoxical Undressing)’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체온 조절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면서, 수축했던 말초 혈관이 갑자기 이완되어 따뜻한 내부 혈액이 차가운 피부 쪽으로 쏟아져 나간다. 이때 환자는 뇌의 착각으로 인해 극심한 더위를 느끼고 옷을 벗어 던지게 되는데, 이는 생명의 불꽃이 꺼지기 직전에 나타나는 비극적인 징후다.

 

전신적인 저체온증과 달리, 신체 일부가 얼어버리는 것이 동상(Frostbite)이다. 영하의 기온에 노출된 피부 조직 내의 수분이 얼어붙어 날카로운 ‘얼음 결정(Ice Crystal)’을 형성한다. 이 미세한 칼날 같은 결정들이 세포막을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혈관 내 혈전 생성을 유발하여 혈류를 차단, 조직을 괴사시킨다.

 

동상은 1도(표피층 손상, 홍조)에서 4도(근육, 뼈 손상 및 괴사)로 나뉘며, 주로 코, 귀, 뺨, 손가락, 발가락 등 말초 부위에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붉어지지만, 점차 감각이 사라지며 창백한 밀랍 색이나 회색으로 변한다. 괴사가 진행되면 조직은 검게 변하고, 심할 경우 절단이 불가피해진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응급처치의 철칙이 있다. 동상 부위를 함부로 문지르거나(마사지), 뜨거운 불에 직접 갖다 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지르는 행위는 조직 내의 얼음 결정이 세포를 찢어발기게 만들어 손상을 가속화하며,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의 직접 가열은 심각한 화상을 초래하여 ‘동상 입은 상처에 화상까지 더하는’ 결과를 낳는다.


저체온증과 동상[Gemini 생성 이미지]


또한, 영상의 기온이라도 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될 때 발생하는 ‘참호족(Trench foot)’이나 ‘동창(Chilblain)’ 또한 겨울철 야외활동의 복병이다. 젖은 신발을 신고 장시간 산행을 하거나 눈밭을 걸을 때 발생하기 쉬우며, 심할 경우 동상과 유사한 영구적인 조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겨울철 산행이나 낚시터에서 몸을 녹이겠다며 술을 마시는 행위는 생리학적으로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알코올은 말초 혈관을 강제로 확장시킨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몸이 후끈거리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내부 장기를 지키기 위해 모여 있던 따뜻한 혈액이 피부 표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체열은 차가운 외부 공기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가장 중요한 심부 체온은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알코올의 이뇨 작용은 탈수를 유발하여 체온 조절 능력을 더욱 떨어뜨린다.

 

‘땀’과 ‘젖은 옷’ 역시 겨울철의 치명적인 적이다.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약 24~25배 높다. 즉,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마른 옷을 입었을 때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체온을 빼앗긴다는 의미다. 두꺼운 옷을 입고 격렬하게 활동하여 땀을 흘린 뒤, 휴식을 취할 때 땀이 식으면서 기화열로 체온을 빼앗아가는 과정은 저체온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겨울철 야외활동 복장은 단순한 두꺼움보다는 통기성과 속건성(빨리 마르는 성질)이 핵심이다.

 

저체온증 환자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의 초기 대응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자를 바람과 추위로부터 차단된 장소로 옮기는 것이다. 젖은 옷은 즉시 가위로 잘라 제거하고 마른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재가온(Rewarming)’의 속도와 방법이다. 급격하게 뜨거운 물에 들어가거나 불을 쬐면, 말초에 정체되어 있던 차가운 혈액과 노폐물이 갑자기 심장으로 몰려들어 심부 체온을 일시적으로 더 떨어뜨리는 ‘애프터 드롭(After-drop, 사후 체온 하강)’ 현상을 유발하거나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핫팩이나 따뜻한 물통을 수건에 감싸 겨드랑이, 목, 서혜부 등 큰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에 대주어 중심 체온부터 서서히 높여야 한다.

 

의식이 명료하고 삼킴 기능이 있을 때만 따뜻하고 당분이 있는 음료를 섭취하게 한다. 의식이 혼미한 환자에게 억지로 음료를 먹이면 기도가 막혀 질식하거나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이다. 동상 환자의 경우, 37~42℃(목욕물 정도)의 따뜻한 물에 환부를 담가 20~40분간 서서히 녹이는 것이 정석이다. 너무 뜨거운 물은 화상을, 미지근한 물은 해동 실패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온도 조절에 유의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을 이해해야 한다.

베이스 레이어(내의)는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능성 소재를 입는다. 면 소재는 땀을 머금어 체온을 뺏으므로 피한다. 미들 레이어(보온옷)는 플리스나 경량 패딩처럼 공기층을 형성해 체온을 가두는 옷을 입는다. 아우터 레이어(겉옷)는바람과 눈, 비를 막아주는 방풍·방수 재킷을 입어 내부의 열을 보호한다.

 

겨울철 자연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냉혹한 포식자가 된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한랭질환자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며,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정한 아웃도어 전문가는 추위를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추위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기능성 의류를 겹쳐 입는 지혜, 자신의 체력과 기상 변화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이성, 그리고 무리한 활동을 자제하는 용기만이 겨울철 저체온증과 한랭질환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체온 1℃의 저하는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올겨울, 당신의 철저한 대비가 당신과 동료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장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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