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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극소저체중아 생존율 90% 돌파… 10년 새 치료 수준 획기적 향상
  • 강태호 기자
  • 등록 2026-01-09 08: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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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ini  생성 이미지

대한민국 의료진의 미숙아 치료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이 통계로 증명되었다. 출생 체중 1.5kg 미만인 극소저체중아의 생존율이 최근 10년 사이 꾸준히 상승하여 마침내 90% 고지를 밟았다. 신생아학계의 노력과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결실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8일, 2024년도 출생 극소저체중아 및 고위험 미숙아의 건강 상태와 장기 추적 조사 결과를 분석한 연차보고서를 발간하며 이 같은 성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극소저체중아의 생존율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정체 없이 지속적인 향상 곡선을 그렸다. 2014년 당시 83.4%였던 생존율은 2019년 86.5%로 올랐고, 2024년에 이르러 90.0%를 기록하며 '생존율 90% 시대'를 열었다. 

 

이는 단순히 생존 여부만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사망 데이터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한 전체 환아의 생존 여부를 정밀하게 추적 조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또한, 임신 나이 32주 미만의 미숙아를 포함한 전체 등록 환아의 퇴원 시 생존율은 91.6%에 달해, 고위험 미숙아 전반에 걸친 치료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의료계가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대목은 단순히 생명만 구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입을 수 있는 치명적인 장애나 합병증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숙아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주요 신경학적 합병증인 뇌실내 출혈 유병률은 30.8%로 전년 대비 1.9%p 감소했다. 이외에도 신생아 경련(3.9%), 뇌실 주위 백질연화증(6.2%) 등의 지표 역시 전년보다 각각 0.4%p씩 낮아지며 전반적인 치료 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장기 추적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뇌성마비 진단율의 급감이다. 

 

교정나이 1.5세(만 1.5세)는 2014년 출생아의 진단율은 6.2%였으나, 2022년 출생아는 3.1%까지 떨어졌고, 만 3세는 2014년 출생아 6.1%에서 2021년 출생아 3.5%로 낮아져, 10년 전과 비교하면 장애 발생률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수치는 의료 현장에서의 집중 케어가 아이들의 평생 삶의 질을 결정짓는 초기 단계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2013년 출범한 '한국신생아네트워크(KNN)'가 자리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과 대한신생아학회가 공동으로 구축한 이 네트워크는 전국 70개 이상의 신생아중환자실이 참여하는 대규모 임상연구사업이다. 

 

네트워크는 매년 2,000명 이상의 극소저체중아를 등록하고, 이들이 만 3세가 될 때까지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한다. 이번 2024년 연차보고서에는 2,331명의 환아에 대한 기본 특성과 동반 질환, 사망 및 퇴원 시의 상세한 데이터가 포함되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모의 특성(질환, 나이, 출산력 등)부터 신생아의 발달 단계별 정보(대근육·소근육 운동, 인지, 언어, 사회성 등)를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인 미숙아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장 직무대리는 "극소저체중아 등록사업을 통해 고위험 미숙아의 생존율과 예후 지표가 동시에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미숙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겠다"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역시 현장 의료진의 공로를 치하했다. 임 청장은 "전국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들과의 협력을 통해 치료 예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가 한국형 신생아 진료·치료 지침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보고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숙아들이 퇴원 후에도 가정에서 적절한 특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한 한국 영유아 발달선별검사(K-DST)와 재활치료 추이 등을 분석하여 재입원 방지 및 조기 재활 시스템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대한민국이 기록한 '생존율 90%'는 단순히 숫자의 승리가 아니다. 이는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소중한 생명들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료진의 사명감과 국가적 데이터 인프라가 만들어낸 생명의 기적이다.

 

해당 보고서의 상세 내용은 국립보건연구원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으며, 미숙아를 둔 가족들에게는 희망의 지표가, 연구자들에게는 치료 기술 발전을 위한 핵심 자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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